2020.07.22
- 2011년 이후 거래 6분의 1 토막
- 2년만에 물량 세계1위→9위 추락
- 박스권 증시·중과세로 매력 반감
- KRX, 위험관리시장 육성 방침
- 신상품 개발·해외시장 연계 강화
- 거래세 없애 시장 온기 회복 계획
파생상품시장은 해양·선박금융 분야와 함께 부산이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한국선물거래소가 부산에 위치했고, 2009년에는 파생상품 특화금융 중심의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는 등 부산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최근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자본주의의 총아'로 불릴 만큼 각광받았던 파생시장이지만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파생상품 시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파생상품 전체 거래량은 지난 2011년 39억2795만 계약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2년에는 18억3561만 계약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2013년(8억2066만 거래)과 지난해(6억7778만 거래)에도 거래량 감소는 계속됐다. 2011년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랐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2012년 5위로 떨어진 데 이어 2013년에는 9위까지 추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줄고 있는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외국인 거래량은 2011년 29억2369만 계약에 달했으나, 2012년 14억7676만 계약으로 확 줄었고, 2013년 6억5112만 계약, 지난해 5억698만 계약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수 년째 박스권 증시가 지속되고 있고, 각종 규제로 개인과 기관의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유동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수선물과 지수옵션은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클수록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상품인데,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매력이 떨어져 거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경쟁국들은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2011년 파생상품 거래량 세계 3위(37억9100만 계약)이던 인도는 2013년 2위(32억6200만 계약)로 한 계단 올라섰고, 같은 기간 중국은 7위(4억5200만 계약)에서 3위(21억9200만 계약)로 뛰어올랐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국내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하는 한편 각종 규제를 완화해 투자자들을 유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해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따라 파생시장을 전문투자자 중심의 위험관리시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변동성지수선물과 섹터지수선물 등 위험관리 상품을 추가로 상장할 계획이다. 또 위안화선물 등 신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미국달러야간선물시장 개설 등을 통해 글로벌 연계거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 등 해외거래소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 '24시간 거래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주가지수 대상 파생상품의 국내 정규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거래소는 또 해외 및 국내 기관투자자, 일반투자자 등 수요자별로 특화된 마케팅을 실시해 등을 돌렸던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모을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당근'도 제시한다. 거래소는 시장 조성계약을 맺은 금융투자 매매업자의 주식 양도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세를 면제해 시장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침체돼 있는 파생상품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신상품의 상장을 통해 전체 주식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시장을 둘러싼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장내파생상품 중 코스피200선물·옵션과 해외 파생상품시장 상품에서 얻는 소득에 대해 10%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가뜩이나 위축된 파생상품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전병욱(세무회계) 교수는 "주식에는 증권거래세만 부과하면서 파생상품에 전면적으로 양도차익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거래 규모의 기준을 개별 상품 특성에 따라 달리하는 등 과세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거래소·업계, 자구 노력·위기 인식 공유를"
■ 강기원 파생상품본부장
국내 파생상품 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강기원(사진) 파생상품본부장은 파생상품 시장을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거래소 및 금융당국, 관련 기관 간 위기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거래소와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뿐 아니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당국의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수익성 악화로 고충을 겪고 있는 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부산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파생상품시장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보다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은 장외파생상품의 중앙집중청산결제(CCP)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일반상품시장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인프라를 확대하고 다양한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투자자를 불러모은다면 시장을 훨씬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파생상품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 '파생' 말고도 있다…석유·금·탄소배출권 '블루오션' 키워야
- 석유 일평균 거래량 매년 증가
- 농특세 면제 金시장 활기 눈길
특화금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탄소배출권, 금, 석유 등 일반상품시장이다. 부산은 파생상품 외에도 일반상품시장의 주도권도 쥐고 있다. 일반상품시장은 아직 초기 시장인데다 파생상품과 비교하면 거래 규모가 크지 않지만 향후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2013년 개설된 석유시장은 개설 첫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147억9800만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13억16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일평균 거래량으로는 2013년 919만ℓ이던 것이 지난해 1411만ℓ로 늘었고, 올해 1월에는 1428만ℓ로 증가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금시장은 개장 초기 하루 평균 3㎏이 채 거래되지 못했다. 그러나 안정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지난해 4분기 기준 하루 평균 9.2㎏이 거래되는 등 짧은 시간에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KRX금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 수입되는 골드바에 대해 농어촌특별세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금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농특세가 되면 이전에 비해 가격이 낮게 공급돼 장외시장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생겼다. KRX 금시장이 메인 공급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개설된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은 현재 매도물량 부족으로 거래가 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배출권시장 개설 초기에는 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유동성공급자제도를 도입하는 등 배출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석유시장 거래대금 및 거래량 추이
연도
일평균 거래대금 일평균 거래량
2013년 147억9800만 원 919만ℓ
2014년 213억1600만 원 1411만ℓ
2015년 170억6800만 원 1428만ℓ
(1월 현재)
◇ 지난해 금시장 일평균 거래량 추이
일평균거래량
(단위 ㎏)
3월 8월
4.056 4.523
4월 9월
3.840 4.347
5월 10월
3.958 8.482
6월 11월
3.450 9.416
7월 12월
2.744 11.236
※자료=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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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150209.22006194205